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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홍보만 하고 권위는 베껴서 만들었다: 오픈AI가 끊은 러시아발 영향력 공작

2026-08-25 · 8분 읽기

오픈AI가 2026년 8월 25일 러시아에서 시작된 ChatGPT 계정 다발을 정지하고, 이스라엘 소재를 자처한 '전문가 공동체' International Burke Institute(IBI)를 홍보하던 은밀한 영향력 공작을 공개했다. 이 작전에서 ChatGPT가 만든 것은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댓글뿐이었고, 정작 권위를 만든 웹사이트 기사 36건 가운데 34건은 인터넷의 다른 곳에서 통째로 복사돼 엉뚱한 저자에게 붙어 있었다. 오픈AI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자사가 차단한 러시아 연계 작전 가운데 이 정도로 공들여 구조물을 세운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ASAP은 오픈AI 공식 보고서를 1차 출처로 정리한다.

정지된 계정이 실제로 만든 것

오픈AI가 정지한 계정 다발은 러시아에서 접속했고, ChatGPT로 만든 산출물은 소셜미디어용 게시물과 댓글에 한정됐다. 운영자들은 러시아어로 프롬프트를 넣었지만 결과물은 대부분 영어였고, 자신들이 러시아인이라는 언어적 단서를 지우라고 모델에 직접 지시했다. 오픈AI는 러시아에서의 모델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VPN을 써서 플랫폼에 들어왔다.

생성된 글이 뿌려진 곳은 X와 링크드인과 페이스북과 서브스택과 텔레그램 다섯 곳이다. 일부는 IBI 이름과 로고를 단 계정이 올렸고, 일부는 평범한 이용자처럼 보이지만 활동 대부분이 IBI 기사 게시로 채워진 계정이 올렸다. 홍보 게시물과 별개로 서브스택에서는 실제 이용자의 글에 답글을 다는 방식도 썼다. 주제와 무관한 답글 끝에 IBI 채널을 구독하라는 요청을 붙이는 형태였다.

한 운영자는 독일어 게시물을 따로 만들어 'Lahme Ente'(절름발이 오리)라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렸다. 이 채널의 글은 우크라이나와 EU와 독일 정부를 반복해서 비판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했다. 다른 운영자는 독일과 미국과 프랑스와 폴란드와 튀르키예를 겨냥한 텔레그램 채널 12개의 로고를 생성했고, 그 채널들의 활동을 러시아어로 요약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미국을 겨냥한 채널 하나는 미국 매체를 자처했는데, 소개 문구에 비원어민 표현이 여럿 섞여 있었다.

표본 36건 중 34건이 복사본이었다

IBI 웹사이트의 기사들은 오픈AI 모델이 만든 것이 아니었고, 오픈AI가 2025년 9월부터 2026년 5월 사이에 발행된 기사 36건을 표본으로 검토한 결과 34건이 인터넷의 다른 곳에서 복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몇 년 지난 글도 있었고, 저자가 아예 다른 사람으로 붙어 있는 글도 있었다.

오픈AI가 든 사례 두 건은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다룬 기사는 브래드퍼드대 명예교수 Yunas Samad가 쓰고 케임브리지대 출판부가 2025년 7월 7일에 낸 원문을 옮긴 것인데, IBI 사이트에서는 남아시아 정치를 전공한 노팅엄대 Katharine Adeney 교수의 글로 2025년 12월 28일 자에 올라 있었다. 이주 거버넌스를 다룬 다른 기사는 Migration Policy Institute가 2025년 4월에 Meghan Benton과 Natalia Banulescu-Bogdan과 Kate Hooper의 공동 작업으로 발행한 글인데, IBI에서는 'Kate Howell'이라는 이름의 전문가에게 붙어 2026년 1월 21일 자로 실렸다. 사이트가 쓴 사진의 실제 주인공은 2017년 자료에 등장하는 호주의 식품화학 교수였다.

권위 목록 자체도 부풀려져 있었다. 오픈AI는 7월 17일 기준으로 IBI 사이트가 Francis Fukuyama와 Noam Chomsky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한다고 주장했다고 적었다. IBI 브랜드가 걸린 도메인은 2025년 2월에 등록됐고, 사이트는 이스라엘의 실제 도로명 주소를 내걸었다.

주권 지수라는 장치

IBI가 자체 지표라고 내세운 '주권 지수'는 이 작전에서 가장 독특한 부품이고, 오픈AI도 러시아 연계 작전에서 이 정도 장치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명시했다. 지수 보고서는 두 나라를 비교하는 형식과 한 나라만 다루는 형식으로 나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EU에 특히 집중됐다. 미국을 향해서도 같은 서사를 밀었다.

보고서의 논조는 분석보다 논쟁문에 가까웠다. 프랑스 편은 로스차일드 은행 출신 관리자가 엘리제궁에 들어온 결과로 프랑스가 금고처럼 열려 부분 매각되고 있다고 썼고, 미국 편은 트럼프가 세계 1위의 주권 지수를 들고 베이징에 갔다가 자율성을 자발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규정될 조치들을 남기고 돌아왔다고 썼다. 독일 편은 미군 기지 의존이 아닌 실질적 군사 주권과 뉴욕 이사회가 아닌 독일 국민에 대한 충성을 요구했다.

기사 본문에서 기계 번역의 흔적도 드러났다. 오픈AI가 지목한 독일 관련 기사에는 사회민주당과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의 상징색에서 이름을 딴 '신호등 연정'을 'the Svetofor coalition'으로 옮긴 표현이 남아 있었다. 'svetofor'는 러시아어를 포함한 여러 슬라브어에서 신호등을 뜻하는 단어이고, 영어나 독일어 화자가 독일 연정을 가리키며 고를 이유가 없는 말이다.

도달은 작았고 구조물은 컸다

이 작전이 실제로 끌어모은 청중은 크지 않았고, 오픈AI는 브루킹스 돌파 척도(Breakout Scale) 기준으로 3단계의 하단으로 평가했다. 일반적인 소셜 게시물의 조회수는 낮았고 공식 IBI 계정의 구독자도 적었다. 다만 텔레그램 채널들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어서 채널당 대체로 1만에서 2만 명 사이를 모았다.

오픈AI가 이 사례에서 의미를 찾은 지점은 도달이 아니라 인프라다. 운영자들이 ChatGPT로 만든 것은 흩어진 홍보 게시물뿐이었지만, 그 게시물들이 가리키는 곳에는 전문가 명단과 재게시된 학술 저작과 자체 위험 지수를 갖춘, 겉보기에 그럴듯한 기관이 서 있었다. 영향력 행위자가 AI를 더 큰 작업의 보조 도구로 쓰면서 권위를 제조하고 서사의 출처를 가리며 시간이 지나면 확장할 수 있는 자산을 세우는 방식을 이 사례가 보여준다는 것이 오픈AI의 결론이다.

AI가 이 작전에서 가장 싼 부품이었던 이유

이 보고서를 'AI가 만든 가짜뉴스' 이야기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작전에서 ChatGPT가 담당한 몫은 유통의 맨 끝, 즉 링크를 뿌리는 홍보 문구였다. 신뢰를 만든 부품인 학술 기사와 전문가 명단과 주권 지수 보고서는 모두 모델 바깥에서 조달됐다. 복사와 오귀속이라는, 20년 전에도 가능했던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성이 시사하는 비용 구조는 뒤집혀 있다. 예전 방식의 영향력 공작에서 가장 비싼 항목은 대량의 글과 계정을 만드는 유통 비용이었고, 권위는 아예 만들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부분이었다. 생성 모델은 그 비싼 항목의 값을 거의 0으로 낮췄다. 그러자 병목이 위로 올라갔다. 남는 문제는 "무엇을 뿌릴 것인가"가 아니라 "뿌린 것을 왜 믿어야 하는가"이고, 이 작전의 운영자들은 그 답을 모델이 아니라 표절에서 찾았다.

같은 이유로 플랫폼 단위 방어의 한계도 드러난다. 오픈AI는 자사 계정을 끊을 수 있지만, 끊긴 것은 홍보 채널이지 기관 자체가 아니다. 웹사이트와 기사와 지수는 그대로 남고, 다른 모델이나 사람 손으로 홍보를 이어가면 된다. 모델 제공사의 위협 보고서가 유용한 이유는 작전을 끝내서가 아니라 작전의 설계도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들키는 지점이 뒤집혔다

이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탐지가 일어난 위치다. 운영자들은 AI 산출물에서 러시아어 티를 지우는 데는 성공했다. 모델에게 직접 그렇게 지시했고, 영어 게시물은 그 지시를 따랐다. 반면 모델을 쓰지 않은 부분, 즉 사람이 쓰고 기계 번역기를 돌린 웹사이트 기사에서는 신호등을 'Svetofor'로 옮긴 흔적이 남았다.

여기서 나오는 실무적 함의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콘텐츠 진위 판별의 관심은 "이 글이 AI가 쓴 글인가"에 쏠려 있었지만, 이 사례에서 AI 작성 여부는 작전을 식별하는 데 결정적이지 않았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출처 추적이다. 기사 36건을 뒤져 원문을 찾아내고 저자가 뒤바뀐 것을 확인하는 작업, 사진 한 장의 원래 주인을 2017년 자료에서 찾아내는 작업이 기관 전체를 무너뜨렸다.

AI 탐지기에 예산을 쓰는 조직이라면 우선순위를 다시 볼 만하다. 문체 통계로 기계 작성을 추정하는 일보다, 인용된 저작이 실제로 그 저자의 것인지 대조하는 일이 훨씬 확정적인 증거를 낸다. 전자는 확률을 주고 후자는 원문을 준다.

한국에서 같은 수법이 노릴 자리

국내 맥락으로 옮기면 위험 지점은 언론 기사보다 '지수'와 '연구소'에 있다. 한국의 정책 논의는 국제 순위와 지표를 인용하는 관행이 강하고, 낯선 기관이 발표한 지수라도 숫자와 순위표 형태를 갖추면 기사와 보고서에 빠르게 인용된다. IBI가 만든 것도 정확히 그 형식이었다. 이름과 방법론과 국가별 보고서를 갖춘 지수는, 그 자체로는 검증 가능한 대상이지만 검증되기 전까지는 인용 가능한 대상이다.

AI 답변 엔진이 인용 출처를 고르는 방식도 이 문제를 키운다. 웹에 기관 형태로 존재하고 주제별 문서를 다수 보유한 사이트는 검색과 생성형 답변 양쪽에서 인용 후보가 된다. 복사한 학술 저작으로 사이트를 채우는 행위는 사람 독자를 속이려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색인과 모델을 향한 신뢰 신호 조작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 편집국과 리서치 조직에 필요한 절차는 새롭지 않다. 처음 보는 기관의 지수를 인용하기 전에 도메인 등록 시점을 확인하고, 명단에 오른 전문가 두세 명에게 실제로 참여했는지 확인하고, 대표 보고서 한 편의 문장 몇 줄을 그대로 검색해 원문이 다른 곳에 있는지 본다. IBI를 무너뜨린 방법이 그것이었고, 이 세 단계는 기자 한 명이 30분이면 할 수 있다.

이 보고서가 말하지 않는 것

오픈AI가 확인해 준 범위는 자사 플랫폼에서 관측된 활동으로 한정된다. 보고서는 IBI를 대표해 기고와 학회 참가를 한 실존 인물들이 이스라엘에 있을 만한 흔적이 있다고 적으면서도, 그 인물들과 IBI와 러시아 운영자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국가 기관의 지시나 자금 흐름에 대한 판단도 없다.

표본의 성격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검토된 36건은 IBI 사이트 전체가 아니라 전문가와 연결된 기사 가운데 뽑은 표본이고, 34건이라는 숫자는 그 표본 안에서의 결과다. 텔레그램 채널의 1만에서 2만 명이라는 팔로워 수도 실제 도달이나 진성 청중을 뜻하지 않는다. 돌파 척도 3단계 하단이라는 평가는 여러 플랫폼에 퍼졌고 진성 청중으로 넘어간 정황이 일부 있다는 뜻이지,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확인이 아니다.

남는 질문은 확장성이다. 이번 작전은 권위 제조에 사람 손을 많이 썼고, 그래서 티가 났다. 복사와 오귀속을 모델이 대신 수행하고 저자 프로필과 방법론 문서까지 생성하는 형태로 넘어가면 검증 비용은 지금보다 올라간다. 오픈AI가 이 사례에서 강조한 문장, 즉 AI를 보조적으로 쓴 것이 오히려 작전 전체를 노출시켰다는 관찰은 다음 세대 작전에서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그 점을 전제로 검증 절차를 미리 세워 두는 편이 낫다.

출처: OpenAI, 'Disrupting a new covert influence campaign from Russia'(OpenAI Global Affairs, 2026년 8월 25일) 기반 ASAP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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